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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_001] 나는 결국 돌아서 다시 한국에 왔다.

주절주절 떠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내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겠다.

 

나는 일본에서 2년 3개월(정확히는 840일) 동안 살았었다.

 

2017년 1학기가 나의 마지막 학기였다. 나는 일본에 왜 갔을까?..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개인적인 호의도 없었고 여행도 한 번 간 적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취업을 정하게 된 이유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취업에 준비가 되지 않은 내 상황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기대감이었다. 한국에서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취업이 잘 될까 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 일본은 구조적인 이유로 취업률이 아주 높은 상황이었다.

 

졸업을 해 놓고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일본어의 '일' 자도 몰랐었다. 일본어 기초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어학성적과 후다닥 만든 포트폴리오(JSP/서블릿을 이용한 웹사이트)를 가지고 SI 업체에 취업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안일했다. SI업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은 경쟁력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당장 취업이 급급해서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하루하루 일을 하면서 지냈다.  파견직이더라도 경력이 쌓이면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근거없는 위험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자기 시간을 내서 공부하지 않으면 실력은 그대로 였고 무엇보다 그 많은 SI 업체의 사람들이 모두 좋은 포지션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이 안된다.

 

그러던 중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게 되었고 그 여파로 많은 수탁개발 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되었다. SI라는 것이 고객이 프로젝트 예산을 감축시키면 인력을 투입시키지 못하게 되고 1차 벤더부터 그 아래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내가 일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2020년 6월 말로 프로젝트가 종료된다고 들었다. 그리고 원래 같으면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서 가야하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사람을 구하고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고생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는 것이구나. 취업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었구나 느꼈다. 이제 어떡하지 나는...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계속 살아 갈 수 있을까.. 억지로라도 다른 SI업체를 찾아서 일본생활을 계속 할까? 한국 돌아가는 것은 정말 무서운데 어차피 평생 일본에서 살 것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돌아가서 갈 길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까? 근데 돌아간다면 여기에 있는 여자친구는 어떡하지ㅠㅠ 정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7월 한달을 보내게 되었다.

 

고민 끝에 결국 일본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 왔는데 나는 2주 격리를 해야한다. 지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매일 두 번씩 체온을 비롯한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어플로 전송하는 것이었다.

 

내가 온 순간부터 하반기 공채의 시작이다. 원서를 쓰려고 보니 영어 스피킹 성적이 없으면 지원조차 안되었다. 4학년 1학기 때 따 둔 성적(OPIc Intermediate High)은 이미 유효기간 만료로 쓸 수 없다. 아깝다.. 영어성적을 먼저 따야하나.. 만약 따서 서류를 붙는다 할지라도 코딩테스트를 보면 준비가 안되어서 떨어질텐데.. 뭐부터 해야하지

 

생각을 조금 해 봤는데 결론은 이거다. 일단 아무 곳이든 취업은 해 봐서 (그곳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취업 한다고 절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29살이라고 늦었다고 생각하지말고 후회 없는 데 까지 달려보자. 해보고 안되면 눈 낮추면 되는 것이지. 초조해 하지 말자.

 

명확하게 해 둬야할 것(9월 셋째주까지)은 현실적으로 내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지원을 해 볼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진짜 힘든 시기인데 고민만 하지 말고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해봐야겠다.